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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C : 813.7
도서 아무도 불안하지 않다 : 김혜정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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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7-김9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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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널리 알려진 카를 구스타프 융의 말이다. 이 말을 작가 김혜정의 『아무도 불안하지 않다』 스타일로 이렇게 패러디해보면 어떨까.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이야기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무도 불안하지 않다』는 매우 인상적인 불안의 서사이다. 역설적인 제목부터 이미 강렬한 불안 효과를 예비한다. 이번 소설집에서 김혜정은 불안의 그림자를 따라가며 나의 그림자를 응시한다. 내 안의 낯선 나를 만나는 것은 때때로 위험하고 끔찍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나의 그림자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나를 돌보겠다는 서사 의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내 안에서 불안의 그림자가 깊고 짙을수록, 그림자의 불안은 극적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때로는 내 안의 괴물을 만나기도 하고, 낯선 이방인과 조우하면서 그로테스크하게 깜짝 놀라기도 한다. 불안이란 괴물과의 대면 정도가 심각할수록 상상력의 불꽃은 더 강렬해진다. 작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안의 그림자를 대면하는 방식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아내의 이구아나」 「공룡의 집」 「창고」 등 ‘공룡’ 시리즈 3부작을 주목해보자. 일란성쌍둥이인 송은희와 송은미 자매, 그리고 송은희가 죽은 후 언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동생 송은미의 남편 신영준의 이야기인 이 3부작을 관통하는 핵심 코드는 공룡이다. 동생 송은미는 전생에 선녀였는데 공룡을 사랑했다가 아버지 천신의 노여움을 받아 지상으로 적강(謫降)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의 망상 속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다. 이 3부작은 공룡이라는 공통의 화소를 공유하면서 「아내의 이구아나」는 남편 신영준의 시점에서, 「공룡의 집」은 동생 송은미의 시점에서, 「창고」는 화재로 죽어간 언니 송은희의 영혼의 시점에서 그려진다. 남편 신영준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아내의 이구아나」에서 서사적 현재 상황의 문제는 이렇게 요약된다. “은희는 죽고 은미는 살았다. 그 뒤 은미는 언니의 이름으로 살았다. 그 은미가 바로 아내였다. 이 모든 사실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75쪽)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아내는 사실을 숨기고 언니로 위장한 일종의 트릭스터였다. 어처구니없이 희생양이 된 언니를 제대로 애도할 수 없었던 아내는 심하게 멜랑콜리한 영혼이 되어 자신을 속이고 남편을 속이며 불안한 실존을 살 수밖에 없었던 문제적 인물이다. 그 불안과 멜랑콜리는 사태를 파악해가는 남편에게도 전이된다. 동생 은미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공룡의 집」에서 문제의 불안 심리는 더 집중적으로 탐문된다.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언니가 자기를 구조하러 왔다가 예기치 않게 희생양이 된 사건은 확실히 트라우마였다. “뒤늦게 발견된,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구의 시체가 언니라는 걸 알았지만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102쪽) 왜 입을 다물었을까. 트라우마 때문에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과 짝패인 그림자를 외면하고 싶은 불안의 기운도 작용했을 터이다. 「창고」에서 사후적으로 고백되는 것이지만, 예전에 고아원 시절 언니는 동생을 속이고 대신 입양된 적이 있었다. 그동안 언니가 동생의 몫으로 살았던 것이다. 이제는 그 반대 상황이 된다. 「붉은 가시」는 불안이라는 괴물이 인간 존재를 얼마나 분열시키고 상실케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매우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묘출한 수작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화가이다. 삼 년 전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로 딸을 잃었다. 이 끔찍한 기억에 저항하여 그는 딸 수연이 그날 자기 차에 타지 않았고 외국에 유학 가 있다는 대항 기억을 조작적으로 조성한다. 그런 가운데 그는 끔찍한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하기 위해 그로테스크한, 에너지 넘치는 그림을 그린다. 그것은 의식적 작업이라기보다 무의식적 에너지의 분출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붉은 가시」에서 불안이라는 괴물은 불안의 주체로 하여금 끔찍한 자해 행위를 하게 한다. 불안이라는 심리적 괴물이 신체화되면서 자기 팔을 절단하는 괴물의 형상으로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지고 있다. 자기 신체마저 아브젝트로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그 괴물성은 매우 심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어지는 「세번째 남자」에서는 그 행위가 타자에게로 향한다. 주인공은 폭력적이었던 첫번째 남자도, 자신을 배신한 두번째 남자도 죽음에 이르게 한 팜므파탈 같은 여인이다. 그녀는 세번째 남자를 끌어들여 두번째 남자의 죽음에 대한 희생 제의를 수행한다. 실존과 관계의 불안이 그녀를 그토록 끔찍한 괴물의 형상으로 변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2인칭 소설 「비비」에서 ‘너’는 세속적 욕망과 불안감으로 인해 거듭된 성형을 하다가 부작용으로 개코원숭이처럼 변신하고 만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점점 더 불안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혀 성형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전의 희망이 좌절된 절망스러운 현실 때문이다. 「마루」의 주인공은 치료견 마루다. 여자 친구 리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마루는 신경계에 침투한 바이러스로 인해 머리에서 치명적인 혹이 발견된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 마루는 치료견 센터를 나와 “방향도 목적도 없는 길”을 가던 중 저수지 근처에서 노파 연실 씨를 만나 같이 요양병원에 머물게 된다. 삶에 집착을 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루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러 인간 군상과는 대조의 거울이 된다. 집착과 욕망을 넘어서 타자 지향적인 윤리를 실행할 수 있는 경지를 우리는 마루의 실천 행동을 통해 절감한다. 욕망을 덜어냈기에 불안도 덜하고, 그래서 허허롭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남을 내 일처럼 도울 수 있었다. 반면 타락한 욕망의 늪에 빠져 불안이란 괴물에 휘둘릴 때는 오로지 경쟁과 자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할 뿐 타자의 윤리나 공동체에 대한 헌신 같은 덕목은 멀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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