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채로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하던 순간조차 멈추지 않고 걸어왔다고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게 해준 반짝이는 순간들 “누구도 미래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채로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행락객이 빠져나간 늦겨울의 한 바닷가, 생 토방 쉬르 메르(Saint-aubin-sur-mer)에서 작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하염없이 상념에 빠져 있었다. “나는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걸까.” 문득 날이 저물었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정류장으로 달려갔지만, 숙소로 가는 버스는 이미 끊겨 있었다. 그녀는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을 찾아 어둑해진 길을 덤불을 헤치며 걷고 또 걸었고, 다행히도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을 찾았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붙은 종이들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ATTENTION, Disparue L?opard(주의, 표범 탈출)’ 근처 동물원에서 표범이 탈출했다는 경고문 아래 표범 사진과 발견했을 시의 연락처, 동물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작가는 사진 속 표범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생각한다. ‘표범이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캄캄한 밤길을 혼자 걸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그것을 깨닫는 순간, 삶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된 듯했다.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알 수 없는 채로도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