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색깔 시골시인이 담아낸 이 시대의 질문들(Q) −지금, 이 사건의 장소에서 시작하는 시 일곱 명의 시인 남길순ㆍ김한규ㆍ문저온ㆍ박영기ㆍ조행래ㆍ서연우ㆍ심선자가 참여한 합동시집 『시골시인-Q』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이들은 진주, 순천, 창원 등 각지에서 살고 있지만 경남 진주에서 오랜 기간 흩어짐과 모임의 반복 속에서 각자의 시가 되는 자리를 만들었고 그 자리를 ‘사건의 장소’라 불렀다. 서로 추구하는 시의 세계가 다른 이들이 각자의 색깔을 내며 나로부터 확장해 가는 질문 (Question)을 멈추지 않고, 낡지 않게 쓰겠다며 다짐한다.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 ‘시골시인-Q’의 Q는 완전체 ‘O’를 찌르거나 뚫고 나오는 가시 같은 ‘Q’이며, 완전체에 머물러 빤한 세계를 구축하는 시가 아닌 혼돈과 미완성과 무구한 상상력을 담는 시를 추구한다. 비평가 콜린 윌슨은 “아웃사이더는 깨어나서 혼돈을 본 인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아웃사이더란 남들이 보지 않는(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본” 이들일 텐데, 그런 점에서 이 일곱 시인은 오롯이 본인이 발 딛고 선 자리에서 그 장소와 결부된 능동적인 경험과 기억을 시로써 길어 올린다.
1 남길순
처서
나리꽃 필 무렵
짱뚱어
커다란 원
친절한 의사
런닝맨
가물치
이모
산문|순천만 일기
2 김한규
컨테이너
지키는 사람 뒤에서
U턴하며 U턴하지 않겠다는 숀펜
택시를 탔어, 어디로 가는 택시 맞아?
뭉치
가스통
지나왔습니까?
밤길에는 표지병이 보일 겁니다
산문|숨는 연습
3 문저온
가지 않고
염소
새는 나에게 어떻게 왔나
화상
예술적인 운동장
독백에 대하 여—토(吐)
어둠을 찍을 때도 빛은 필요하였다
연극
산문|열무와 잎사귀와 달팽이
4 박영기
부추 같은 우울
충분한 휴식
오후의 동물원
흰 낙타 이야기
훔친 시
게와 파도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빠른 방법
양파
산문|상상 속의 그 무엇
5 조행래
식도락
칼잠
붕괴
양생(養生)
활개
산책
생장
낮은 자세
산문|불꽃놀이하는 사람들
6 서연우
남겨진 죽음들
터널을 지나는 동안
삭도를 타고
고라니
메타세쿼이아를 베는 굉음
눈사람
삼호로 교차로
누군가는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산문|국민체조
7 심선자
퇴근
크로와상
벽은 알지
밤에
우리들의 방
어느 골목에서 놓친 것들
모습
공을 보세요
산문|엉망이라도 괜찮은가
해설
차이의 장소에서 듣는 시인들의 목소리
—이병국(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