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감정은 예쁘고 정갈하게 다듬고 끈적끈적 눌어붙은 감정은 깨끗이 씻어내며 입맛대로 살아볼까 똑같은 재료로 정해진 조리과정을 거치면 과연 틀에 찍은 듯 같은 맛이 날까? 어제 먹은 음식이라도 오늘 누구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특별한 음식으로 바뀌기도 하고, 어제 대충 만들어 먹은 음식이라도 오늘 누구를 위해 정성들여 만들어 먹으면 기념비적인 음식이 된다. 이렇듯 한 그릇의 요리에 ‘감정’이 더해지는 순간, 남다른 요리로 바뀐다. 먹는 행위와 희로애락의 감정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책은 《누구나 그렇게 서른이 된다》 편채원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다. 요리는 못하지만 먹는 즐거움은 누구보다 크게 느낄 줄 아는 작가가, 음식 이야기에 희로애락의 감정을 버무려 맛깔스러운 글로 풀어냈다. 분명 저녁을 든든히 먹었는데도 오늘따라 야식이 당기는 것은 마음이 텅 비어서일지도 모른다. 부디 이 책이 헛헛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