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미국의 체호프’,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카버재단의 승인을 받아 오직 한국에서만 출간하게 된 이 소설집은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거나, 과거 번역되었으나 현재는 절판되어 찾아보기 어려운 단편 11편을 엮은 책이다. 이 단편집이 출간되면서 문학동네에서 카버의 단편소설 전체를 소개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1983년 출간된 『정열Fires』에 수록된 단편 4편과, 레이먼드 카버가 사망한 해인 1988년 출간된 『내가 전화를 거는 곳Where I’m Calling From』에 수록된 단편 7편으로, 이중 『정열』에 실렸던 4편은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는 것이다. 1960~70년대 처음 소개된 비교적 초기 단편들부터 1986년에서 1988년 사이 <뉴요커> <에스콰이어> 등에 게재된 후기 단편들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11편의 단편들은 미국 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을 옮긴 정영목 번역가의 말처럼 언제 쓰인 작품이든, 어디에 발표되었든 “카버는 어디에서도 카버”이며 “작가의 개성적인 온도”는 어느 단편에서나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는 정직하고 무심한 태도로 삶을 응시하며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은 방식으로 평범한 인간사의 작고 별것 아닌 진실을 보여준다. “시작하고, 끝낸다. 어슬렁거리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간다(Get in. Get out. Don’t linger. Go on)”는 마음으로 작품을 써내려가면서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심장부”에 도달하기 위해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 그의 작품세계를 완성하는 조각들을 바로 이 책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