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유주의, 보수주의, 파시즘, 사회주의와 같은 서구의 주요 정치사상뿐 아니라 20세기 후반 및 21세기 초반에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정치사상, 예컨대 여러 형태의 ‘해방 이데올로기’와 급진 이슬람주의까지 포괄함으로써 정치사상의 시간적 지평을 크게 넓혔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또한 쉽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점, 나아가 주요 정치사상의 역사와 그 변화를 추적한 점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치사상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생동감 있는 운동체로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상은 어떤 고독한 이론가의 관념으로부터 탄생한 이론적 결과물이 아니라 특정 시대의 사회정치적 문제를 개념으로 포착하고 그 현실적 대응을 마련하려는 집단적인 실천적 노력의 일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