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사라진 것들에 바치는 백 행!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 박솔뫼의 두 번째 장편소설 『백 행을 쓰고 싶다』. 제목 ‘백 행을 쓰고 싶다’는 일본의 전위예술가 데라야마 슈지의 저서에 수록된 동명의 시에서 가져온 것이다. 데라야마 슈지가 파격으로 지루한 현실에 저항했다면, 박솔뫼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루한 현실을 담담하게 애도한다. 음악이나 연극 혹은 연애편지 같은 이야기, 시이며 비명이자 기도 같은 백 행에 일상적 고통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스물한 살의 여자인 ‘나’. 그녀가 살아가는 바닷가 도시 근처에 있는 인공 섬에서 쫓겨난 토착민들은 살 곳도 일자리도 잃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나’의 연인인 규대는 외국인 매매혼이나 매매춘을 알선하는 부모의 일을 돕고, ‘나’의 동창인 윤희는 아기를 잃는다. 이렇게 도시빈민들의 불행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그들이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