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전직 의사다. 의사를 그만둔 지 1년쯤 후에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덮쳤다. 그즈음 100일 간격으로 잇달아 부모님을 여의고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에 빠진 그는 코로나 의료 봉사 현장에 뛰어들었다. 처음 간 곳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외진 산속에 있는 정신병원이었다. 병식도 없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정신질환자들의 코로나를 치료하는 일은 힘들고 고됐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환자들을 지켜내는 헌신적인 이들과 함께하며 차츰 회복을 경험한다. 두 번째로 의료 봉사를 나갔던 곳도 코로나 확진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공공 정신병원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시스템과 마인드가 무너지고 나태의 관성에 익숙해진 그곳에서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번듯한 건물과 시설, 충분한 인력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바로 환자였다. 숱한 위기를 넘기며 분투했던 그곳에서 봉사를 마쳤을 무렵,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의사의 코로나〉는 암울하고도 먹먹했던 그 날들의 기록이다. 또한, 코로나 전장의 사투를 생생하게 담은 증언문학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많은 이름이 숫자가 되어 사라졌고, 사라진 숫자에 더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세상은 이제 지나온 지옥 같은 날들을 과거에 버려두고 이제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작가는 지옥의 한가운데서 스스로 수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아직 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같은 시간을 겪어낸 우리에게 슬쩍 그 질문을 내민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