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현실일 리 없잖아. 이런 일, 나한테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길 리가 없어.” 꿈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 그 경계에서 펼쳐지는 김미리 작가의 짧지만 강렬한 그로테스크 판타지! 부부, 연인, 친구, 가족과 같은 평범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폭력이나 살인, 사고 등이 작가의 대담한 상상력 속에서 기묘하게 뒤틀린다. 자연의 법칙을 불의 형태로 거스르는 이들, 스크린처럼 미래를 보는 여인, 일상에서 죽은 형을 보는 동생, 사랑의 이름으로 식인을 서슴지 않는 여인과 아빠 등 충격적이고 기이한 인간 군상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인물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괴기스럽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증오와 분노, 애증과 연민, 두려움과 애틋함 같은 인간의 솔직한 감정들이 이야기 면면에 잘 녹아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탄탄한 구성과 절제된 문체가 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평범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기이하면서도 슬픈,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먹먹한 7가지 이야기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