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푸하하~!'즐거운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앞장면에서 가졌던 기대감과 달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출근한 곳이 어느 동물원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우리로 들어가 자리 잡는 악어 씨.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에 한순간 유쾌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유쾌함도 잠시, 왠지 모를 씁쓸함이 우리 마음을 휩쓸고 지나간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는, 늘 똑같은 버스나 전철을 타고, 똑같은 길을 지나 학교나 일터로 향한다. 그럴듯한 일을 하며 어깨를 으쓱할 법도 하지만 하루 종일 자유를 반납하고, 본래 자신의 모습을 잊은 듯 정신 없이 일(공부)한다. 책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멀리 날아가는 노란 새를 바라보는 원숭이의 뒷모습이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정적인 울타리(회사, 학교)보다 더 절실한 것은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자유'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악어 씨와 동물원 친구들의 모습이 우습고도 슬프게 다가온다. 파리의 골목과 길가, 지하철, 사람들, 공원을 담아낸 멋진 그림을 보며 잔뜩 부풀어올랐던 '폼 나는 삶'에 대한 기대감도 스르르 사그라들고 만다. 해학적인 깊이가 돋보이는 세련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