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1996년 하버마스의 방한 행사를 기점으로 인기의 정점을 찍었던 하버마스의 수용은 왜 갑자기 쇠퇴했는가? 하버마스 인기의 부침이라는 문제는 특정 이론의 수용 실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 인문사회과학 공간의 구조 변동과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왜, 그리고 어떻게 하버마스 이론이 수입되고 수용되었으며 실패로 귀결되었는지를 탐색한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인문사회과학계가 왜 유행하는 이론과 외국 학자들에는 민감하고 깊이 있는 연구는 부족한지, 지금의 학계가 갖고 있는 문제와 한계란 무엇인지를 직시하게 된다. 하버마스와 부르디외의 이론에 대한 간결하고 명료한 설명을 비롯해 하버마스 수용과 실패의 과정을 지식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규명해나가는 저자의 글은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