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콘스탄츠 공의회가 열리는 게르만의 땅. 로마 교황의 비서였던 포조 브라치올리니는 고전문헌 애호가(책사냥꾼)로서 필경사인 보조서기 마르코를 데리고 풀다 수도원의 장서고를 찾는다. 엄격한 수도원인 그곳에서 포조는 중세시대 금서로 치부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발견하는데……. 엄격한 중세수도원에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어떤 책일까? 신본주의가 만연한 중세에서 금서로 치부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쾌락주의를 표방한 에피쿠로스학파의 바이블이다. 긍정적 인생관과 자유로운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가운데 비신성적(무신론이 아니다) 윤리 체계를 주장하는 사상이 담겨 있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을 훌륭한 시민생활의 기준으로 삼지만 결코 방탕한 생활을 옹호하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소박한 즐거움, 한정된 범주 내에서의 쾌락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학파를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는 주의로 간주한 수도원의 지도자들은 인간의 타락을 용인할 수 없다며 이 책의 열람과 대출, 필사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인문주의의 세례를 받은 주인공 포조는 이단서적이라는 처분을 받고 사라질 운명에 처한 이 책을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