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스릴 넘치는 위기를 이토록 몰입해서 침 삼키며 봐도 되는 걸까? 한 평범한 가족의 파탄이 너무 웃겨 배꼽 잡으며 읽다가 문득 우리 가족은 괜찮은지 돌아보게 되는 소설, 『요산요수』가 나왔다. 김지서 작가의 첫 장편소설 『요산요수』는 디테일한 중장년층의 심리 묘사와 가족들의 도덕적 일탈을 위트 있게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평지와 낭떠러지를 번갈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하듯 이야기의 파고 끝에 최고점에서 한꺼번에 펑, 터져버리는 결말은 감탄을 자아낸다. 소설 『요산요수』는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다’는 유유자적의 의미를 가진 제목과는 반대로 중년 부부와 슬하 남매의 적나라한 가정 해체를 산(山)에 빗대어 그려냈다. ‘참고 참던 침대 스프링이 결국 터졌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권태의 정점에 있는 시큼털털한 중년 부부와 삶에 더는 열정이랄 게 남아 있지 않은 스물아홉 큰딸, 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일약 스타가 되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호스트바 초이스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공익요원 스물둘 막내아들의 이야기가 산을 타고 물 흐르듯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