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영화인 백학기, 최고의 시를 담은 시선집 1981년 〈현대문학〉 추천과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세 권의 시를 낸 시인이자 장편영화 〈공중의자〉의 감독 그리고 다양한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한 영화인으로 쉼 없이 달려온 백학기. 그는 영화적인 시 그리고 시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며 시와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로 끊임없이 창작의 세계에 몸을 담아온, 우리 시대 진정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문단 데뷔 40년 이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삼류극장에서 2046』가 북스토리 출판사의 시선집 시리즈인 ‘시선;들’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이번 시선집은 1985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낸 첫 시집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를 비롯해 두 번째 시집 『나무들은 국경의 말뚝을 꿈꾼다』(1990, 청하), 세 번째 시집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2002, 새로운눈)를 통해 발표되었으나 이제는 절판되어 찾을 수 없는 시인의 최고 시들과 미발표작과 최신작을 더해서 시세계를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흰 소」 연작은 우리들의 인생론적 서사를 심우(尋牛)에 비유해 아름다운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담대하고 때로는 섬세한, 백학기 시세계의 진수 “문학과 영화는 내 삶의 두 축이다. 젊은 날 열병을 앓으면서 시작된 두 방향의 행보는 지천명을 넘어 이순의 세월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동안 충무로를 떠돌았다. 어렸을 때 꿈이자 오랜 소망인 영화판에서 성공은 못 했으나 불운하진 않았다”고 말하는 작가는 누가 뭐라 해도 시적 감수성을 내재한 영화인이자 영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시인으로 우리 시대의 귀중한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시선집의 제목인 『삼류극장에서 2046』은 초기작「삼류극장에서 닥터 지바고를」과 후기작인 「2046 일기」에서 각각 따온 것이다. 이처럼 초기에서 후기까지 면면히 흐르는 시인의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들을 엄선해서 실었다. 바람처럼 다가와서 마음을 뒤흔드는, ‘인생과 서사를 품어 완숙해진’(김선옥 시인) 시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