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이용헌 시인의 시집을 읽는 내내 “배가 고파요 어머니,/ 어느 해 겨울부터 어머닌 아버지를 깨우지 않았다”(「오수午睡」)는 문장이 떠나지 않았다. 독후에도 그런 감은 마찬가지였다. 왜일까. 시집을 앞으로 뒤로 연거푸 훑으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문장은 한 시인의 생애를 응축한 약전略傳이면서 동시에 시집의 무게가 집중되어 있는 중심축이었던 것이다. 결핍에서 채움으로 이동하려는 의지의 간난艱難과, 부재를 대체할 그 무엇을 찾아가는 몸짓의 신고辛苦가 집약된 요체였던 것이다.
이용헌의 시를 무엇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의 시는 일견 서정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의 시를 보며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또한 개탄과 권태와 슬픔을 보게 된다. 그의 서정은 세계를 그려내고 세계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어두운 부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