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집 안의 시는 녹슨 문짝의 삐걱거림이다. 시는 옹이 뚫린 툇마루에 튀어나온 반들반들거리는 못 대가리다. 시는 한 가족인 똥개의 눈칫밥이다. 시는 늙은 액자의 바랜 가족사진이다. 시는 달달거리며 가는 유모차 바퀴에 치이는 돌멩이다. 집 밖의 시는 경로당에 흘러다니는 바람 같은 한글 읽는 소리다. 시는 밭에서 움츠렸다 허리 펼 때 내는 신음 소리다. 시는 물 먹지 못하고 시들시들 고꾸라진 호박잎이다.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는 《시가 뭐고?》를 출간해 화제가 되었던 칠곡 할매들의 두 번째 시 모음집이다. 전작에 실리지 않은 할머니 시인들 119명의 막 뽑은 무 같은 시들이 실려 있다. 이에 대해서 작품을 고르고 해설까지 기꺼이 쓴 김해자 시인은, “일부 식자층의 프로젝트에 의해 가르치고 계몽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