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내 친구 태준이라면 늘 나보다 큰 사람으로 느껴졌다. 몸도 그렇거니와 마음도. 하지만 우리가 처음 친구로 만나던 중학 시절에는 날렵하기가 태준이나 나나 비슷했다. 어느 틈엔가 태준이는 저 혼자서 커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도 약간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 저 혼자서 커지고 무거워지던 시절에, 우리는 단순한 기쁨을 몰랐다. 적어도 나는. "가늘어지고 작아지고 낮아"지는 일, "평범해지고 희미해지"고 "혼자의 몸"(「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이 되는 일.
문태준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삶과 죽음에 대한 웅숭깊은 성찰이 깃든 진솔한 언어로 세상과 사물에게 건네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가슴을 울린다. 2014년 서정시학작품상 수상작 「봄바람이 불어서」를 비롯하여 모두 61편의 작품이 실린 이 시집은 비교적 짧은 시편들로 이뤄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