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참을 수 없는 시간들이” 그의 “몸 여기저기를 파”낼 때 저 우주 어딘가에서는 시 한 편이 몸을 풀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그의 “머리털이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하여 아내에 의해 “여덟 군데”가 찾아질 무렵쯤이면, 그는 이미 저 우주에 여덟 편의 시를 적어 놓은 것이다. “아내는 시 쓰지 말라”고 화를 내지만 그러니 어찌 이 숭고한 행위를 그가 멈출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몸 파낼 때마다 우주에 새겨지는 저 귀한 탄생을. 이제 당신도 알게 되고 나도 알게 되었지만, “혁명이란” 바로 “저런 게 아닌가.” 우리 몸을 떨어져 나간 “빛점들이” “불의 언어가 스며든 검은 우주”에 별로 자라는 것이다.
박순호 시인의 시집『승부사』. 이번 시집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고 무너뜨리는 고통과 절망에 대한 기록이며 상처를 건너가면서 아로 새긴 문양이 가득하다. 이민호 평론가는 “그의 시에 나타난 기형적 이미지의 다발은 자기 부정의 타나토스와 자기 회복의 에로스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