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정서정의 시는 손아귀를 꽉 움켜쥐고 읽어야 한다. 설렁설렁 읽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도무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 이유를 생각해본즉, 늘 바닥을 향하고 있는 그녀의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아직은/완전히 주저앉을 때 아니라고”(「골다공증」) 애면글면하는 군상(群像)들이 있다. 상처에게마저 결기(決起)를 품게 만드는 힘은 그녀의 한없이 낮은 자세에서 나온다.
정서정 시집 『모서리와의 결별』.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폐가처럼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물들과 풍경들, 장마철 큰물에 휩쓸린 듯 떠내려가는 삶의 잔해들에 주목한다. 황폐화된 마음의 폐허 또는 혼탁한 일상의 찌꺼기들의 변주에 다름 아닌 그 이미지들을 관류하며, 시인은 죽음 앞에 위태로운 생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