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따스하고 배부르고 눈물겨운 말이 담긴 '여행자의 시집'. 내가 아는 허림 형은 여행자다. 한 동안은 낡은 차에 살림살이를 실은 채 늘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그 옆자리에 앉아 나도 잠시 실려 간 적이 있다. 차에서 내리면서 나는 어디로 가는 중이냐고 물었다. 수원에 간다고도 했고 강릉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고도 했다. 홍전으로 돌아간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어느 날부턴 허림 형에게서 자가용이 사라졌다.
허림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말 주머니』. 이 시집에서 시인은 우리에게 우리의 현실을 한 번 돌아보라고 권유하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갇혀서 사는 건 아니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 대한 확인이나 복고적인 그리움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