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살과 혼의 습합, 그 승화. 황진이 시조의 전통 밑에서 의미를 따져보게 되는 이 시조를 새롭게 만들어 주는 것은 둘째 수 종장 부분이다. 내리는 빗소리 속에서 님의 부재에 떨면서 빗소리를 님의 발자욱 소리처럼 듣는 기다림의 질정 모르는 깊이 속에서 화자는 님의 임재를 '육체'의 기억으로 되살려 낸다. "몸 먼저 알아채는가 살 냄새 훅! 닿는다" 라는, 이 종장의 의태어와 느낌표, 그 위치, 또 그로 인해 얻어지는 리듬결의 변화는 시조의 종장의 형식미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보인 것이자, 님을 향한 사랑의 정염을 은근함과 관념성에서 해방시켜 현대적 육체성과 감각의 세계로 인도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