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상세내용
내 호는 솔뫼다. 산수를 방패로 내가 욕심이 없고, 자연 친화적이고, 늘 푸른 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현수막만 내걸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산수화에 묶어놓고, 나는 그 뒤에 숨어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가엾게도 나는 오류와 동거하고 있지 않는가. 아직도 언젠가는 전원에 돌아가 의고擬古 시나 지으며 살아가고 싶지만 우유부단하게 산수화 뒤에만 숨어 있다. 부끄럽다. 언제 산수화 뒤에서 과감하게 뛰쳐나와 자유롭게 이 세상을 활보할 수 있을까.
견일영의 수필집 『산수화 뒤에서』. 사전적 의미를 가진 기술적 묘사보다 비논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표현적 묘사가 돋보인다. 저자는 수없이 많은 퇴고를 거쳐 한 편의 수필이 완성된다고 말하며, 삶의 소재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발견했음을 밝힌다. 인생에 대한 고민의 기록을 보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